어릴 때, 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 댁에서 열흘씩 지내곤 했다. 할머니 댁 방 문은 나뭇살의 창호지 문이었다. 앉아서도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빼꼼하게 사각형 유리가 끼어져 있었다. 어릴 적, 그 유리가 신기했다. 밖에 개가 짖거나 인기척이 나면, 할머니는 그 유리를 통해 밖의 동정을 살피시곤 했다. 지금은 할머니가 안 계신다. 그리고, 할머니가 살던 집도 이제는 없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절절 끓던 아랫묵과 누워 있으면 콧잔등이 시리던 겨울밤. 사극에서 본 듯한 궤짝이며, 너무 두껍고 무거웠던 솜 이불. 사각사각함도.. 추운 겨울,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던 그 처마도.. 겨울 날씨에 손에 쩍쩍 달라 붙던 동그란 쇠 손잡이도.. 이제는 기억에만 남아있다. 웬일인지 칠석이었음에도 비가 오지 않았던 그날 밤.. 마루에 걸터 누워 할머니가 이야기 해 주던 그날 밤에 봤던 은하수가 생각난다. 무슨 이야기 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부채로 파리 모기를 쫒아 가며.. 가만가만 이야기 하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