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여름
당시에는 몰랐다. 수 십년 내에 가장 더웠다던 1994년 여름.
지금은 학교, 지하철, 버스 등에 에어콘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살던 곳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버스를 타야했고, 교실 내 자리를 지켜야 했다.
아~ 은행은 그 때도 시원했던 것 같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으면 바로 땀이 배이는 그런 여름 이었다.
그분 탓인가? 지금 보다 훨씬 매미 소리가 컸던 것 같다.
아이들끼리 가위,바위,보 하면서 5번,10번,20번 서로 부채질하던 여름.
특별할 것도 없던 여름이었는데, 매년 여름이면 뉴스에서 1994년 여름과 비교를 하곤 한다.
난 고3 이었다. 긴장감과 설레임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여름방학 보충수업 기간 중 등교길에 들었던 김일성 사망 소식을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밤이면 엄마를 졸라서 장만했던 카세트를 통해 10대들에게 인기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히히덕 거렸다.
여느 TV 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10배는 더 재밌었다.
그 때는 라디오 방송국에 편지, 엽서 등 수십 수백통씩 사연이 접수 되었다고 했다.
난 한번도 보내 본 적 없지만...말이다.
버스 배차 시간은 한번 꼬이면 1시간씩도 안 오던 그 여름..
씩씩대며 기다리면 줄줄이 예닐곱 대가 몰려오던.. 그 때..
아파트 현관 열쇠가 없어 하염없이 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
집안에 있는 동생을 깨우느라 고래고래 소리치고 문을 두드리던 일도 생각난다.
친구들과 생긴지 얼마 안된 노래방을 갔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콜라와 소주를 섞어서 처음 먹어본 것도 그 때였다.
수능을 100일 앞두고 100일주도 먹어보고.. 이제 막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도 듣고 내심 초콜렛 받기를 기대했던 것도 새삼스레 생각난다.
평소 생각나지 않던 일들이지만... 기억하려 애쓰면.. 새록새록 기억난다.
기억을 하면 미소짓게 된다.
이런 기억들을 찬찬히 헤아리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지내는 지금.. 나는 잘 지내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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